시간은 무색할 만큼 참 빠르게 지나간다
어느새 첫째가 어린이집 등원한지
3달이 지나가고 있었다.
따사로운 듯 조금 쌀쌀한 듯 겨울인 듯
봄인듯한 날씨에 긴팔을 입고 첫 등원한 지가
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햇볕에 살이 탈 듯이
뜨거워진 초여름 날씨가 되었다.
그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
하나를 꼽자면 어린이집 등원 거부가 있다.
첫째라 뭐든 게 처음인 나는 내 곁을 떠나
사회생활 첫 발을 뛰는 아이를 응원하면서도
한편으로는 혹여 내가 없는 낯선 공간에서
일어날 아동학대가 많이 걱정이 되었다.
부모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씩씩하게
잘 다니다가 한 번씩 가기 싫다는 말을 하면
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.
다행히 아이가 말이 빠른 편이였고 무슨 일이
일어나건 미주알고주알 서툰 한국어로
잘 말을 해주었기 때문에 아이가 거부를 표할 때
담임선생님과 몇 차례 상담을 하곤 하였다.
그때마다 어른들도 회사에 가기 싫은 때가 있는데
아이들도 그렇지 않겠냐 하고 너스레 말을 하였다.
생각해 보면 가는 건 거부해도 정작 하원 시간에
데리러 가면 오늘은 누구랑 뭐 하고 놀았고
어떤 수업했는지 묻지 않아도 종알종알 즐겁게
이야기하는 거 보면 잘 놀다 왔구나 안도하곤 한다.
그렇게 한동안 잘 다니는가 싶더니
다시 한번 격렬하게 등원 거부 사태가 일어났다.
사실 얼마 전 그토록 기다리던 둘째를 뱃속에 배게
되었는데 기쁜 마음으로 첫째 아이에게도 알려줬고
그때 이후로 약간의 분리불안 증상이 보였던 건 사실이다.
찾아보니 엄마가 둘째를 임신하게 되면 첫째의
질투와 불안이 극도로 커진다는 이야기가 있어
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납득하곤 했다.
특히나 왜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
아이는 새초롬한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
"어린이집에 가면 엄마 품에서 떨어져야 해서 슬퍼"
라고 하였고 그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어
같이 마음이 아파졌다.
아이 입장에선 아직까진 부모가 세상의 전부겠구나
그 와중에 둘째가 생겨서 자기가 버려지진 않을까 하는
공포도 생겨서 어린 마음에 많이 불안했구나 싶었다.
여전히 아침 등원을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지만
수업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서 문 앞에서 기다리고
있겠다고 약속하고 많이 사랑한다고
자주 애정 표현하고 더 많이 안아주고
불안한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진정되어
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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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2024.06.13 어린이집 등원 거부는 끝나지 않는다. 32개월 말 많은 아이